우리가 물이되어

Jeff2 2006. 7. 18. 06:23

       
    우리가 물이 되어 -강은교  
       
    우리가 물이 되어 만난다면  
    가문 어느 집에선들 좋아하지 않으랴  
    우리가 키 큰 나무와 함께 서서  
    우르르 우르르 비오는 소리로 흐른다면  
       
    흐르고 흘러서 저물녘엔  
    저 혼자 깊어지는 강물에 누워  
    죽은 나무 뿌리를 적시기도 한다면  
    아아, 아직 처녀인  
    부끄러운 바다에 닿는다면  
       
    그러나 지금 우리는  
    불로 만나려 한다.  
    별써 숯이 된 뼈 하나가  
    세상에 불타는 것들을 쓰다듬고 있나니  
       
    만리 밖에서 기다리는 그대여  
    저 불 지난 뒤에  
    흐르는 물로 만나자.  
    푸시시 푸시시 불꺼지는 소리로 말하면서  
    올 때는 인적 그친  
    넓고 깨끗한 하늘로 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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