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 소리를 듣고 싶다 - 김용락 | |
기차 소리를 듣고 싶다 | |
아니, 기적소리가 듣고싶다 | |
가을비에 젖어 다소 처량하게 | |
비극적 음색으로 나를 때리는 | |
그 새벽 기적소리를 듣고싶다 | |
|
방문을 열면 바로 눈앞에 있던 |
단풍이 비에 젖은 채로 이마에 달라붙는 | |
시골 역전 싸구려 여인숙에서 | |
낡은 카시밀론 이불 밑에 발을 파묻고 | |
밤새 안주도 없이 깡소주를 마시던 | |
20대의 어느날 바로 그날 밤 | |
양철 지붕을 쉬지 않고 두들기던 바람 | |
아, 그 바람소리와 빗줄기를 다시 안아보고 싶다 | |
인생에 대하여, 혹은 문학에 대하여 | |
내용조차 불분명하던 | |
거대 담론으로 불을 밝히기라도 할 양이면 | |
다음날의 태양은 얼마나 찬란하게 | |
우리를 축복하던가 | |
그날은 가고 | |
기적을 울리며 낯선 곳을 향해 | |
이미 떠난 기차처럼 청춘은 가고 | |
낯선 플랫폼에 덩그러니 선 나무처럼 | |
빈 들판에 혼자 서서 | |
아아 나는 오늘밤 슬픈 기적소리를 듣고 싶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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