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세요. 잠깐만요."
아침 산책을 하고 있는데 뒤에서 트럭 운전사가 나를 불렀다.
나는 운전사인 할아버지가 길을 잃어버리셨구나 하고 생각했다.
이곳에는 이정표가 제대로 붙어져 있지 않아서 종종 운전사들이
길을 잃고 헤매곤 했으니까.
할아버지는 십여 년 전 돌아가신 아버지의 모습과 무척 흡사했다.
"길을 잃었나요?"
그러자 할아버지는 입고 있던 청색 점퍼 안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냈다.
아마도 이 할아버지는 초행길이어서 약도를 그려 왔나 보군.
나는 할아버지가 건네는 빳빳한 종이를 받아 들었다.
그런데 그것은 약도가 아니라 사진이었다. 그 사진에는 어린 남자아이가
해맑게 웃고 있었다.
"할아버지, 이건 사진인데요."
그러자 할아버지는 사진을 드려다보며 안쓰러운 듯 말했다.
"맞아요. 내 손주죠. 지금 병원 중환자실에 있지요."
나는 "그것 참 안됐군요" 하면서 그럼 병원비가 부족해 돈을 좀 달래려나
보다 하고 생각하며 지갑을 꺼내려고 했다.
"젊은이, 내가 원하는 건 돈이 아니라오. 돈보다 더 중요한 것이라오."
"돈보다 더 중요한 거요? 그게 무엇인데요?"
"나는 지금 이 아이를 위해 기도를 해달라고 만나는 사람마다 부탁하는 중
이라오. 이 아이를 위해 기도를 해 주시겠소?"
나는 기꺼이 할아버지의 요청을 받아드려 그 사진속의 아이가 빨리 완쾌되
길 기도했다. 그 기도는 내가 살아오면서 올린 가장 간절한 기도 중 하나로
기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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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게는 절름발이 친구가 한 명 있습니다..
그 걷는 모습이.. 늘 기우뚱거리는 게...
멀리서 보면, 항상 어깨를 흔들며...
즐겁게 춤을 추는 것처럼 보이는 친구가 한 명 있습니다...
제가 자주 봉사활동을 다니는 고아원에서...
저는 그녀를 처음 만났습니다...
새로 온 자원 활동가라며, 고아원 원장님께서 소개시켜주셨고,
저희는 어설픈 눈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얼굴의 빈 곳 없는 여드름까지...그녀의 첫 인상에 전...
한순간 눈을 찡그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정말 순수한 사람이었습니다..
세상을 혼자서만 맑게 볼 수 있는 사람이었고...
항상 곁에 있는 사람을 편안하게 해 주고,
배려해 줄 줄 아는 사람이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처음과는 달리 저는 그런 그녀가 싫지 않았습니다...
아니, 전 그런 그녀가 점차 좋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전 그녀의 웃는 모습을 너무나 좋아합니다..
봉사활동하면서 아이들을 향해 흘리는 그녀의 웃음을 볼때면,
전 마치 하늘에서 내려운 천사를 보는 듯 합니다...
하루는, 고아원에서 한 아이가 그녀를 보고 물었습니다..
누나는 왜 다리를 절룩거려?
전 그 아이의 말에 크게 당황했습니다...
혹 그 아이의 말에 그녀가 상처를 입을까...
하지만 그녀는 살폿한 미소를 지으며, 아이에게 이렇게 말해주더군요...
누나는 어릴 때 나쁜 짓을 많이 해서,하늘에서 벌을 준거야..
그러니까 너는 누나처럼 나쁜 짓 하지 말고, 착하게 커야 한다...
그런 그녀였습니다...
그녀는 비록 몸이 불편하긴 했지만,
그 어떤 정상인들보다도 더 정상적인 사람이었습니다...
그녀는 안개꽃을 참 좋아했습니다...
화려하진 않지만, 작고 하이얀 안개꽃을 보면,
마음이 맑아 진다고 합니다...
왜인지...안개꽃이 그녀와 참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루는, 제가 그녀를 집에까지 바래다 준 적이 있었습니다..
그녀의 집을 향하는 골목길에서,불량배 두 명이....
그녀와 저의 모습을 보고...
저런 병신하고 사귀는 새끼도 있네 라는 말을 하고는..
지들끼리 '히히덕' 거린적이 있었습니다...
전 순간 불같은 화가 솟구쳤지만...
억지로 끄는 그녀의 손에 이끌려 그냥 그들을 지나치고 말았습니다...
그녀의 집 앞에서,
그녀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작별 인사를 하고는 집으로 들어갔지만...
저는 그 불량배들을 도저히 용서할 수가 없었습니다...
전 곧장 그 불량배들을 찾아내서, 그녀에게 사과할 것을 요구했지만,
그들에게는 씨알도 먹히질 않았습니다...
결국 그들과 전 싸움에 이르렀고....
전 그날 숨 쉴틈 없이.. 그들에게 흠신 두들겨 맞았습니다...
전 태어나서 처음으로, 제가 싸움을 못 하는 것에 대해...
원망해보았습니다...
그때는 제가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이해하지 못 했지만...
그녀와 제가 스스럼없이 대할만한 시간이 흐른... 어느 날.......
그녀가 저에게 부탁할 일이 있다며, 어렵게 말을 꺼낸 적이 있었습니다...
그녀가 너무나 싫어하는 사람이, 그녀에게 결혼을 요구한다며...
저에게 하루만 그 사람 앞에서..
애인 행사를 해 달라고 부탁 해 왔습니다...
다음날...전 말쑥한 정장 차림으로 그녀와 함께...
그녀에게 결혼을 요구했다는 그 남자를..
작은 커피점에서 대면하게 되었습니다...
저란 존재에 그 남자는 많이 당황해했습니다...
그리고 그는 모든 걸 체념한 사람처럼....
아무 말 없이... 그 자리를 떠나갔습니다....
그녀와 함께 집으로 돌아오는 길...
전.... 아무 말 없이, 쓸쓸한 표정을 짓는 그녀를 보며 알 수 있었습니다...
그녀 역시도 그 남자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그는 그녀와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란 동네 오빠라고 합니다...
어릴 때 교통사고로 한쪽 다리를 못쓰게 된 그녀에게,
그는 유일한 친구였다고 합니다.
또래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아왔던 그녀에게...
그는 늘 백마 탄 왕자처럼 그녀를 보호해 주었고...
그런 그가..얼마전 그녀에게 청혼을 해 왔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녀는... 대학 석사과정까지 밟고 있는 그에게,
더 이상 짐이 될 수는 없다며...제게 그런 부탁을 했었답니다...
훗날..전 그 남자의 이름이 '성 청심(맑은 마음)' 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녀가 왜 안개꽃(안개꽃이 꽃말은 '맑은 마음'입니다)을
좋아하는 지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 전 많은 고민을 하게 되었습니다...
객관적으로 보면, 그녀는 외모가 예쁜것도 아닙니다...
그렇다고 정상적인 사람도 아닙니다....
하지만... 전 그녀를.... 그런 그녀를...........
오랜 고민 끝에... 몇일 후.... 전... 그 남자를 찾아갔습니다....
그리고 전... 저를 보고 적잖이 당황해하는 그에게....
이 한마디를 던져 주었습니다...
"그녀는 여전히 안개 꽃을 좋아한다고....
한순간....그 남자의 얼굴이 환해지는 것이..제 눈에 들어옵니다...
그리고 전.... 그 남자를 뒤로 한채... 걸음을 옮겼습니다...
이제 그녀는 행복해질 겁니다...
그녀에게 그 남자는 정말로 필요한 사람이니까요...
그리고 그 남자 역시도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이니까요...
저는 제 행동이 얼마나 옳은 일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이제 그녀는 행복해 질테니까요....
하지만, 이 쓸쓸한 기분..... 밀려오는 답답한 가슴....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갑자기 그녀와 함께 했던 시간들이....
제 머리를 가득 채워 옵니다....
점차 어두워지는 석양속에서...
전 속으로 외쳤습니다....
그녀는 못 생겼다...그녀는 절름발이다...
나는 그런 그녀를 결코 사랑하지 않았다....라고...
제게는 절름발이 친구가 한 명 있습니다..
그 걷는 모습이.. 늘 기우뚱거리는 게...
멀리서 보면, 항상 어깨를 흔들며...
즐겁게 춤을 추는 것처럼 보이는친구가 한 명 있습니다...
이제는 한 아이의 엄마가 되 버린...
제게는 너무나 소중한 친구가 있습니다....
-몇 일 전에 태어난 수민이와 수민이 부모에게 이 글을 바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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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중소기업에 김주임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무슨 잔정이 그리많은지 후배들 뒤치다꺼리나 하기 일쑤였고,
아무도 손도 안 대는 서류함을
거의 날마다 정리하느라 퇴근 시간을 넘겼으며,
어김없이 오후가되면 커다란 쟁반에 커피 여러 잔을 들고는
“즐거운 오후 되십시오.” 하며
설탕 대신에 미소 한 숟가락을 더 넣어 책상에 놓아 주었다.
그러던 그가 휴직계를 냈다.
아내가 병에 걸렸기 때문이었다.
병간호를 위해 그는 그렇게 떠나갔다.
사람들은 그를 좋아했지만 한심하고 남자답지 못하고 무능하여,
있으나마나한 사람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그가 회사에 없다고 해서
크게 달라질 것은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그가 남기고 간 빈자리는 사람들에게 너무 큰 것이었다.
아침마다 마실 수 있었던 향긋한 커피는 기대할 수 없었을 뿐더러
책상 위의 컵들엔 커피 자국이 그대로 남은 채 먼지만 쌓여 갔고
향기 나던 화장실은 들어가고 싶지 않을 만큼 더러워졌으며,
휴지통에서는 늘 휴지가 넘쳤고, 서류들은 어디 있는지 서류철끼리
뒤죽박죽 섞여 쉽게 찾을 수가 없었다.
부서내 사람들은 점점 짜증난 얼굴로 변해갔고, 서로에게 화를 냈으며,
시간이 갈수록 큰소리가 오가기 시작했다.
사무실에 가득했던 화평은 어느새 조금씩 떠나가고 있었다.
하루는 같은 동료였던 박주임이 상사의 짜증을 다 받아내느라
기분이 몹시 안 좋은 오후를 보내고 있었다.
문득 김주임이 끓여다 준 커피가 그리워졌다.
김주임이 생각나자 아직 남아있는 그의 책상앞에 무심코 갔을때
작은 메모가 그의 눈에 들어왔다.
내가 편할 때 그 누군가가 불편함을 견디고 있으며,
내가 조금 불편할 때 누군가는 편안할 것이다
여러분은 지금 어떠십니까? 편하십니까?
그렇다면 누군가가 지금 여러분을 대신해서
불편함을 견디고 있기 때문인것입니다.
아니면 지금 불편하십니까?
그렇다면 지금 누군가는 여러분으로 인해
편안함을 누리고 있을것입니다.
인간은 세가지 종류의 사람이 있습니다.
있으나마나한 사람, 필요없는 사람, 필요한 사람.
여러분은 어떤 사람이십니까?
여러분이 어떤 사람인지 그 진가는 사실 지금 정확히 알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여러분께서 남기시고 갈 빈자리는 그것을 말해줄것입니다.
여러분이 떠난후 남게 될 빈자리를 생각하시면서
날마다 필요한 사람이 되시길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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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글되던 국밥집에 사람이 뜸해지는 시간 주인이 한숨을 돌리며 신문을
뒤적이고 있을때 한 할머니와 땟국물이 흐르는 소년이 들어왔습니다
저 국밥하나가 얼마나 하는지...
할머니는 엉거주춤 앉으신채로 국밥하나를 시키셨습니다.
할머니는 하나시킨 국밥을 소년에게로 밀어 놓으셨습니다.
소년은 침을 꼭깍삼키며 말했습니다.
할머니 정말 점심 드셨죠?
그럼..
할머니가 깍두기 한점을 입에 넣고 오물거리는 동안
소년은 국밥하나을 다 먹어 버렸습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주인이 두사람에게 다가갔습니다.
할머니 오늘 운이 참 좋으십니다.
할머니가 우리집에 100번째 손님이세요
주인은 돈을 받지 않았습니다.
그로부터 한달 남짓 지난 어느날,
소년이 국밥집 길건너에 쭈그리고 앉아 무엇인가 헤아리고 있었습니다.
무심코 창밖을 보던 주인은 깜짝놀랐습니다.
소년은 국밥집에 손님이 들어갈때 마다 동그라미 안에 돌을 던지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점심시간이 다지날때까지도 쉰게을 넘지 못했습니다.
마음이 급해진 주인은 단골집에 전화을 걸었습니다.
바쁜가? 무슨일은...
안바쁘면 국밥하나 먹고 가라고.. 오늘은 공짜라네..
그렇게 주인이 동네방네 전화을 돌리자 손님들이 몰려들기 시작했습니다.
여든하나.여든둘..여든셋...
소년의 셈이 빨라 졌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아흔아홉개의 돌멩이가 동그라미 속에 들어갔을때
소년은 할머니의 손을 잡고 국밥집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할머니 이번엔 내가 사드리는 거야 진짜로 100번째 손님이 된 할머니는
국밥을 내려받고 소년은 할머니가 그랬던것처럼 깍두기만 오물거렸습니다.
저아이도 한그릇줄까요?
쉿~ 지금 저아이는 먹지도 않고 배부른 법을 배우고 있는 중이지 않소..
후륵후륵 국밥을 맛있게 먼던 할머니가 좀 남겨주랴? 라고 말을 꺼냈을때
소년은 배을 앞으로 쑥내밀고 말했습니다 .
아니.. 난 배불러 이거봐 할무니...
할머니와..소년이야기...넘 따뜻하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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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12월은 거리마다 진열된 오색 빛깔의 크리스마스트리
때문에 더욱 아름답고 화려하다.
어린시절 크리스마스 트리가 가장 멋있게 장식된 곳은 단연코 교회였다.
내가 다니던 교회는 12월 초부터 교회 안의 곳곳뿐 아니라 교회 빡의 담장과
거리에까지 크리장식을 해 놓았다. 그래서 지나가는 행인들의 마음을 흐뭇하
게 만들곤 했었다. 교회의 크리장식, 울려 퍼지는 캐롤송, 그리고 분주하게
오가며 맹연습한 "성탄의 밤" 행사 준비를 통해서 나는 크리스마스가 다가온
다는 것과 한 해가 저물어가고 있다는 것등의 시간감각을 느끼곤 했다.
우리집은 그당시 교회에 다니는 사람이 나 혼자였고, 또 가정형편이 넉넉치
않았기 때문에 집 안에다 크리스마스 트리를 장식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가
없었다. 가끔 친구네 집에 들렀을때 거실 한 쪽을 환하고 찬란하게 비추어
주던 트리장식을 보면 어찌나 부럽던지..., 교회의 크리스마스 장식을 한껏
보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래곤 했었다.
그런데 아쉬움만으로 끝나지 않은 것이 문제였다. "성탄의 밤" 행사 연습을
위해 가던 길에 나는 교회앞에 세워져 있는 커다란 크리스마스트리를 이전
과는 다른 눈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금빛 나는 구술과 별, 선물모양의 장식
물들, 반짝이는 털이 달린 색줄, 그리고 그것들을 휘감고 빛나던 색 전구들
은 어린 나에게 너무나 유혹적이었다. 어디서 그런 무모한 마음이 생겼는지
금색 은색 종, 별 모양의 장식물등을 몇 개 떼어내 몰래 집으로 가져왔다.
그리고 방한 구석을 부모님한테 들키지 않게 떨리는 마음으로 장식했다.
교회의 물건을 몰래 가져왔다는 죄책감은 잠시뿐, 몇 가지 크리스마스 장식
물로 치장된 방의 한벽면을 바라보며 황홀해 했다.
나만의 크리스마스였다.
크리스마스 이브날 열심히 준비했던 "성탄의 밤"행사를 마치고 주일학교
담임 선생님은 나와 우리반 아이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나누어 주셨다.
교회에서 단체로 맞춘 수첩과 연필이었다. 아이들이 하나 둘씩 돌아가고 난
후 선생님은 나에게 한가지 선물을 더 건네 주셨다 포장을 풀러보니 눈 덮인
작은 트리모양의 양초와 오색으로 빛나는 방울, 그리고 반짝이는 색줄들이
가지런히 들어 있었다.
크리스마스 장식물들이었다.
선생님은 내가 한 일들을 다 알고 계셨던 걸까?
부끄러움이 가슴속에서 피어올랐다. 발갛게 달아오른 얼굴을 푹 숙이고
있으려니깐 선생님은 따뜻한 손으로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면서 말씀하셨다.
"집에 가서 이것들로 아기 예수님의 생일날을 멋있게 축하해 드리렴"
어른이 되고 나서도 크리스마스만 되면, 그리고 거리마다. 교회마다 예쁘게
장식된 크리스마스 트리를 보면 어린시절의 절도행각(?)이 떠올라 괜시리 부끄
럽고 애틋해짐을 느낀다. 특별한 선물과 함께 고개숙인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셨던 주일학교 선생님의 따뜻한 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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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내 케이트와 쇼핑을 마치고 늦은 점심을 먹으러 호텔 식당에 들어갔다.
직원들 모두 웃는 얼굴로 우리를 반겨주었다.
케이트는 고기야채 볶음요리를 주문했고, 거기서 그날의 사연은 시작됐다.
주문한 음식이 날라오고 먹음직스런 표정으로 포크를 집은 아내는 순간 짧은
감탄사를 냈다.
음식 한가운데에 고무장갑의 잘려진 손가락 부분이 떨어져 있었던 것이다.
나는 당장 웨이트리스를 불렀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겁니까?"
웨이트리스는 멍한 표정을 지으며 음식 접시를 주방으로 도로 가져갔다.
그리곤 1분도 되지 않아서 지배인과 함께 돌아왔다.
"손님, 저희가 너무 큰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사과드립니다."
정중하게 사과하는 지배인 앞에서 나는 충분히 사과를 받았다고 생각하며
다시 자리에 앉았다. 하지만 지배인은 가지 않고 옆에 계속 서 있는 것이었다.
"저희에게 다시 시작할 기회를 주십시요."
지배인은 직원들을 향해 계속 말을 이었다.
"식탁에 있는 것을 몽땅 다 치워라."
그러자 웨이트리스는 숟가락과 술잔과 음식은 물론, 식탁보까지 모두 걷어갔다.
그 때 지배인이 한 말이 잊혀지지 않는다.
"자, 지금 있었던 일을 모두 잊고 다시 시작하겠습니다."
새로운 식탁보가 씌워지고, 김이 모락모락 나는 새 음식이 나오고, 짙은 자줏빛
포도주까지 날라져 왔다. 우리는 더할나위 없이 훌륭한 점심 식사를 했다.
음식값마저 받지 않았다.
작은 실수를 최고의 서비스 정신으로 만회한 지배인과 직원들에게 나는 오히려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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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며느리가 귀한 딸을 출산해서
그 시아버지는 보통 기쁜 것이 아니었다.
큰 아들네는 아들만 둘이라
할아버지 마음엔 귀한 손녀보기를 원했는데
원하던대로 예쁘게 생긴 손녀가 생겼으니
온 집안이 경사가 난 것이다.
며느리의 친정어머니가 와서
며칠씩 딸을 위해 수고를 하다가는
집안 일이 바빠서 집에 가곤하면,
둘째 아들 놈은 자기 어머니께
아침 저녁으로 전화질을 하고
낮과 밤으로 자기 아내와 아기가 걱정스러운지
자기집으로 와서 일을 해 달라고
야단스럽게 전화를 걸어댄다.
아내의 호박꿀물이 떨어졌다느니,
방안에 가습기는 아이에게 안 좋아서
빨래를 널어야 한다느니,
혹은 아기가 황달기가 있는 것 같으니
그것이 자기 아내 때문인 것 같아서
병원에 가게 되면 아내가 찬바람을 맞아서
온 몸이 저린다는 등 혼자 애처가인양
몹시 바빠진 모양 같았다.
그 아버지는 둘째 아들놈의
노는 꼴이 하도 수선스럽고
또 어머니를 불러대는 것이 밉광스러워서
걸려온 전화기에 대고 아들에게 쏴 붙였다.
"이놈아! 네놈의 아내만 귀하냐?
내 아내도 귀하니 너무 불러대지 말아라"라고
소리치고는 전화를 놓고는 웃었단다.
요즈음 젊은이들은 자기들끼리는
얼마나 다정하고 사랑스럽게 지내면서도
늙은 부모에 대해서는 조금은 소홀한 것 같다.
하기야 테니스의 세계적인 스타 보리스 베커도
그의 연인 바베라 펠투스의 출산을 앞두고
두 달의 휴가를 선언해서
독일의 데이브스컵 월드그룹대회와
전호주 오픈대회에도 결장한다니
애까지 낳아 놓으면
좀 요란스럽겠나를 생각하면
이해가 되기도 한다.
늙은 어머니의 거칠어진 손은 아랑곳 없이
제 아내의 손이 찬물에 담겨서 험해질까봐
걱정하는 젊은이들은
자신들도 부모의 사랑을 받고 자라온
어릴 때를 생각했으면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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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에게 신장이식 수술을 해주고
병상에서 그 아들의 건강을 지켜보며
기도하는 어머니의 아픈 마음은
병석에 몸져 누운 아들보다도 더 중환인 것 같다.
신장이식 수술을 받은 아들은 회복되는 듯 하더니,
부작용 탓인지 숨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피골이 상접한 채 누워서 천정만 바라보고 있으니,
어머니의 마음은 얼마나 아프겠는가.
어느 법정에서 있었던 일이다.
사형언도를 받은 사형수는
얼굴을 땅에 떨군채 기둥처럼 서 있는데,
아들의 사형언도를 지켜 본 어머니는
앞으로 나아가 그 재판장에게 무릎을 꿇고
"아들 대신 내가 사형을 당하는 법은 없느냐"고
대성통곡을 하는 통에 법정이 울음바다가 되었다고 한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자식들은 장기를
그 부모나 형제에게 잘 주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어머니나 아버지의 경우는 다르다.
그 자식의 생명을 위해서라면 신장뿐 아니라
생명까지도 기꺼이 내어놓는다.
심방을 온 담임목사께 아들의 병상을 지키던
그 어머니는 하소연하듯 말한다.
"만일 나의 이 남은 신장 하나 마저 떼어내서
아들을 살릴 수만 있다면 기쁜 마음으로
이 일을 하겠는데 뭐 그런 방법은 없느냐"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 어머니는
"아들의 고통을 차마 볼 수 없을 뿐 아니라
이러다 세상을 떠나는 경우 그 임종을 결코 지켜볼 수 없다"며
차라리 죽어버리는 것이 낫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옛부터 하는 말이 부모가 죽으면
동산에 묻고
자식이 죽으면
어머니 가슴에 묻힌다고 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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